Initial StartUp(극 초기 스타트업 경험)
데이터 분석 직무로 이직했던 극 초기 스타트업
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지원
IT 구인난이었는지 사람인에 이력서 업데이트만 했는데도 아주 많이 연락이 왔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경력인데도 실무를 해 본 신입
이라는 것이 좋은 타이틀이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직무는 거의 프론트엔드였습니다.
이전 회사에 지원했던 것처럼 일단 회사에 들어가고 직무를 변경해 보자라는 생각은 이전 회사의 밀당 경험 덕분에 일찍이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확실히 데이터 분석 직무
에 지원했습니다.
검색하다 보니 데이터 분석 직무는 여전히 석사 이상, 캐글 대회 수상자 등 진입장벽이 높았습니다. 오랜 검색 끝에 경력이 적어도 데이터분석 직무를 시켜주는 스타트업을 찾았습니다. 워낙 희귀했기 때문에 당장 그곳에 지원했습니다.
헬스케어 분야의 빅데이터를 통해 서비스를 하고자 하는 초기 스타트업이었습니다. 휴가를 내고 면접을 보러 갔는데 대표님이 생각보다 젋어 보이시는 여자 대표님이셨습니다.
대표님은 데이터 분석 직무로 입사하지만 스타트업 특성상 다른 개발 업무들도 같이 수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스타트업의 구조상 인력이 부족하면 자금이 부족할 때 인력으로 막아야 하는 것은 이전 회사에서 경험해 봤으니 그 정도는 각오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순조롭게 면접을 마무리 짓고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며칠 뒤 입사해달라는 연락이 왔고 다니는 회사에 바로 알린 뒤 2주 간의 인수인계를 거치고 입사하게 됐습니다.
입사일
입사 당일, 동탄에서 판교 직행 버스로 출근하다가 미금
으로 출근하려니 버스를 갈아타고 시간도 오래 걸려서 첫 날이기도 하고 아주 일찍 출근했습니다.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당연히 문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사무실 앞에서 노래 들으면서 1시간 가까이 대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기하다 보니 9시 10분 쯤 되서 어떤 남자분이 걸어왔는데 문 앞에 서 있으시길래 물었더니 그 분도 오늘이 입사일이었습니다.(앞으로 영님
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조금 시간이 더 지나 9시 30분 쯤 되자 대표님과 함께 남자 2명이 같이 나타났습니다. 남자 한 분은 나이가 좀 있어 보였고 한 분은 어려 보였는데 남자 분의 부하 직원처럼 나이 있으신 분이 지시를 했습니다.
사무실 문을 얼른 열어주더니 먼저 비밀번호를 알려줄 걸 그랬다며 미안해 하셨고 컴퓨터 부품들을 들고 와서 먼저 왔던 영님과 짐 옮기는 걸 도와 셋팅을 시작 했습니다.
알고 보니 3명 모두 3명이 팀
으로 구성해서 이제 시작하는 동기들이기 때문에 입사일을 맞췄다고 합니다.
나이 있으셨던 남자 분은 대표님의 남편분
(앞으로 교수님
이라고 함)이셨고 그 어린 남자 분은 교수님의 제자
(앞으로 석사생님
이라고 함)였습니다.
영님과 석사생님과 나, 교수님, 대표님은 회의를 시작했고 회사의 연혁을 상세히 말해주셨습니다.
대표님은 원래 브랜딩 분야에서 경력이 많고 그 분야의 강의로도 꽤 높은 수입을 얻고 계시다가 교수님이 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며 대표님 이름을 빌려서 시작한 사업이 현재의 사업라는 것. 그 동안 투자 유치를 하고 인력을 뽑아 개발 중 수 차례 실패했고 이번에 다시 투자 유치에 성공해 이번엔 제대로 진행하려고 하고 기획은 거의 완성단계에 있다고 했습니다.
완성 단계에 있는데 초기 인원이 지금 입사한다는 것이 뭔가 이상했습니다. 역시나 불안한 느낌은 틀리지 않았고 실제로는 기획서, 요구사항, 그 어떤 것도 없는 그냥 대화하면서 이런 앱을 만들자 정도의 기획이 되어 있었습니다.
데이터 분석 직무를 하려고 들어왔으니 참아보자 생각했지만, 면접 당시 곧 출시할 듯한 늬앙스로 말씀하셔서 기대했는데 실망스러웠습니다. 역시 쉽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는 없는건가 생각하며 앱을 런칭해 데이터를 모으면 데이터를 다루는 업무를 해볼 수 있어! 라며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그렇게 가져온 노트북을 셋팅하며 하루가 지나갔고 첫 날이기 때문에 저녁 때 고기를 같이 먹자며 회식을 했습니다. 고기를 조금 먹고 내일부터 다 같이 열심히 해보자고 기약하며 하루가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