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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impression of the company of IT(IT 회사의 첫 인상)

· 33 min read
Alex Han
Software Engineer

국비지원 교육이 끝나고 새로운 직종으로의 첫 취업을 하고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지원

국비지원 과정을 수강하던 시절 SI회사 PM으로 이사로 지내시던 분이 본인이 사업을 준비하기 전 개발을 배워 개발자로 전향해 보고 싶어하던 동기분이 있었는데, 수업이 마무리 될 쯤, 그 분이 본인이 점 찍어 둔 학우들에게 이전에 다니던 SI회사로 취업을 권유하셨습니다. 권유를 듣고 지원한 학우들도 꽤 있었는데 수업이 끝나기 전 취업에 대해 알아봤기 때문에 SI회사에 대한 소문을 많이 들어 고민이 됐습니다.

업무 강도가 강하고 시키는대로만 하고 철수해서 시간이 지나도 서비스에 대한 경험이 안 생긴다는 등 많은 글들을 봤습니다. 그래도 무경력에 나이도 있어서 지원을 할까 망설였지만 거절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어느 분야에 있어 첫 회사는 생각보다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직종이라는 대분류를 변경하려고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했던 것처럼 첫 회사는 대분류까지는 아니지만 중분류를 결정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중분류는 앞으로의 커리어를 정할 때 내 경험의 분류를 정하기 때문에 노선을 정하는 역활을 합니다. 그리고 이 중분류 또한 많은 노력을 해야 변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IT회사에 지원하기 위해 전략을 세워 봤습니다. 자기 객관화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나이도 많고 교육과정 수료한 것이 전부인 나와 나이도 어리고 컴공을 졸업한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실력이 비슷하더라도 나 같으면 어린 친구들을 뽑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대기업은 우선 포기했습니다.

대기업을 제외하니 남는 건 중소기업이었는데 IT계열에서는 신생 중소기업들을 스타트업이라고 멋있게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는 회사 규모가 작지만 자유롭고 빠른 성장을 위해 도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수평적인 분위기에 스스로 공부하고 도전하는 나의 가치관과도 맞았습니다.

IT회사들은 구로디지털단지, 가산디지털단지, 강남, 판교 등의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강남이 이미 좀 커진 회사들이 옮겨간 회사들이 많은 것 같았고, 판교가 대기업도 있지만 스타트업들도 많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가장 좋아보였습니다. (구로, 가산은 좀 옜날 느낌...)

직무는 데이터분석 직무를 택하고 싶었지만 고학력자와 경력이 많은 사람들만 지원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분석 직무가 있는 회사로 신입이 잘 뽑히는 프론트엔드 직무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결론은 판교 쪽에 위치한 스타트업 중 분위기가 좋아보이면서 데이터분석 직무를 채용하고 있으면 그 회사의 프론트엔드 직무로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많은 곳에 지원 했지만 연락오는 기업은 없었습니다. 불안감에 SI회사 지원, 이전 직종으로의 복귀 등 많은 가능성들을 염두하며 12월까지 채용이 되지 않으면 안타깝지만 포기하고 이전 직종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12월 중순쯤, 하나의 회사에서 면접 연락이 왔고 면접 준비를 열심히 임했습니다.

면접

건물에 들어가자 공간이 아주 크고 넓었습니다. 휴게실도 크고 티비보며 누워있는 사람들도 있고 독특한 조형물들도 있고 이전에 일하던 장소와는 전혀 다른 자유로운 분위기였습니다. 이게 판교의 IT 회사인가 싶어 신나 있는 상태에서 걷다 보니 여러 회사들이 같은 층에서 여러 시설을 공유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마침내 면접 보기로 한 회사를 찾았습니다.

2분의 실무진과 유리로 오픈되어 보이는 회의실 같은 곳에 데려가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우선 간단하게 이 분야의 짧은 이력을 가지고 자기소개를 시작했습니다.

그런 뒤 이전의 경력들을 통해 내가 다른 신입들 보다 좀 더 회사 생활에 익숙하고 잘 할 수 있음을 어필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뭘 공부해 왔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개발해 본 경험은 무엇이 있는지 아주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내 이야기가 끝나고 면접을 보는 선임분들은 입사하고 개발 시 사용하게 될 개발 스택에 대한 설명을 미리 해줬습니다. 그리고 바로 입사에 동의하는 듯 말하며 대표님 면접만 잘 마무리되면 입사를 결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서로 영어이름으로 대화하던 선임들이 많이 이질적으로 보였지만 대표님이 많이 꼰대라며 대표님 때문에 지원의사를 취소하지 말하달라며 농담을 하는 것을 보고 여느 회사와 다르지 않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수평적인 회사인 것 같아 인상이 참 좋았습니다.

대표님과의 대화는 참 길었습니다. 처음보는 나에게 본인이 해 보고 싶은 개발 과제에 대해 말했고 개발자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도덕책에 적혀있을 것처럼 도덕적으로 나를 코칭 했습니다. 좋은 어른이라 그런건가 싶어 열심히 경청했고 그 자세가 맘에 들었는지 대표님은 바로 출근 일정을 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도 계속 대화를 이어갔는데 이번엔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셨습니다. 종교를 강요하는 듯한 조금 불편한 대화였지만 대표님과의 대화이니 참아냈습니다.

전체 면접만 3시에서 8시가 다 되도록 진행됐고 면접 날이 금요일이었는데 바로 다음주부터 월요일 출근하기로 결정됐습니다.

이 때는 모든 게 좋아 보이던 때라 많은 단서를 놓쳤던 것 같습니다.

첫 날

환경이 참 좋은 판교에 매일 일하러 간다니! 포기하고 이전 직종으로 돌아가려 했었는데, 결국 IT 쪽으로 취업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일찍 출근해서 대표님과 인사하고 개발에 사용할 아이맥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면접을 보던 2명의 개발자를 제외하고 병특으로 사람을 뽑아 쓰는 식으로 정규직 채용을 안하고 사람을 돌려서 쓰던 포지션을 이번에 나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한 케이스였습니다.

당시에는 맥OS를 처음 사용해 봤고 개발 셋팅하는 법도 모르고 트랙패드를 주셔서 트랙패드를 사용하고 하니 참 불편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가며 iterm2 부터 하나 하나 셋팅해 이쁘게 만들어 가며 뿌듯해 하던 기억이 납니다.

iterm2 셋팅을 하고 면접 당시 들었던 javascript 개발을 위해 첫 출근 전 주말에 공부했던 react 프레임워크에 대한 개발 셋팅을 했습니다. 그렇게 개발 셋팅을 완료하고 꾸준히 개발에 사용하다 보니 이후로는 윈도우로 개발하는게 너무 불편해 맥만 사용하게 됩니다.

일찍 출근해 한참 뒤 다른 선임들이 왔는데 30분 정도 유동적으로 출퇴근 하는 것 같았습니다. 개발 인원은 실무진 면접 때 들어왔던 선임 개발자 2분이 전부였고 영어 이름을 지어오라고 해서 영어 이름을 알렉스로 정해 말씀드리고 기분 좋게 첫 출근을 마쳤습니다.

업무 시작

javascript 언어는 jquery를 사용할 때 처음 접했고 그마저도 UI 조작용으로만 간단히 배워서 개발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했습니다. 면접 때 react로 프론트엔드를 마이그레이션 할 예정임을 들었는데 입사 당시에는 MarionetteJS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전부 새로운 프레임워크와 언어 환경에 적응해 가며 3일 정도 소스파악을 하고 간단한 유지보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작은 회사이었기 때문에 선임들은 CS업무를 어쩔 수 없이 맡아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선임 개발자가 막내였어서 전화를 거의 받았다며 이제 전화를 내가 받아야 한다며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고객을 상담하는 전화를 받아야 했습니다. 개발자가 고객의 소리를 듣고 잘못된 부분을 빠르게 수정해 적용할 수 있다는 말을 했는데 옳은 말 같았고 막내기도 했으니까 다음 막내가 오기까지 일을 맡게 됐습니다.

마이그레이션

열심히 유지보수를 진행하다 보니 어느덧 면접 때 말한 마이그레이션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ReactJS로의 마이그레이션이었습니다. 입사 전부터 유지보수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공부해 왔기 때문에 class component 방식으로 React 프론트엔드를 구성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자신했던 것과 달리 실제 개발하면서 부족함을 실감하게 됩니다. react를 사용하는데 보다 효율적으로 코딩을 하기 위한 redux, router 등 여러 다른 라이브러리들이 있었고 처음 보는 것이 react, redux, router, mui 등 라이브러리 지옥에 진입하게 됩니다.

동시에 기본기가 없었던 나에게 javascript, react 개발에 필요한 최적화 패턴들과 원리들을 경험하며 그 동안 공부한 건 아무것도 아니구나 재차 느끼게 됩니다. UI 구성을 위한 라이브러리들과 기본기 공부를 하며 고된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결국 기한 내에 마이그레이션을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개발을 진행하고 완료해 가면서 프론트엔드에서 요청한 api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해 백엔드 코드를 보고 싶었지만 선임 개발자는 코드를 보여주기를 꺼려했습니다.

정부 과제

입사 전 계획처럼 프론트엔드 개발을 잘 해내고 나면 데이터분석 직무에 관심이 있으니 그 직무도 할 수 있다고 면접에서 대표님이 말씀하셨었기에 호시탐탐 업무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정부 과제로 사업을 따 냈고 그 사업에 데이터 분석 업무가 필요했습니다.

선임 개발자들은 데이터 분석, AI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이건 내가 맡을 수 있는 업무다 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과제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AI를 활용한 SRT 수화 방송 서비스 개발이었습니다.

데이터 수집

대표님에게 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싶은 의사를 밝혔고 대표님도 이 분야가 원래 나의 관심사인 것을 알고 있었고 마이그레이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서 이를 수락했습니다.

처음에 전달 받은 업무는 데이터 분석을 위한 데이터 수집을 하기 위해 음성 수집 기계를 직접 가지고 SRT에 방문해 배선 공사 대표님들과 함께 이동하며 수집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통신 테스트를 통해 수집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지도 확인하며 데이터가 쌓이는 것을 보며 얼른 쌓여라 생각하며 기대 했습니다.

수 차례 기계 설치를 완료하고 애니메이션 업체와 컨택해 수화 방송에 대한 컨셉을 같이 잡았고 회사에서 음성 분석을 위한 AI 엔진인 에트리 엔진과 슈퍼 컴퓨터도 구매했습니다.

머신러닝과 에트리 엔진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python, tensorflow-gpu 등을 1대의 컴퓨터에 셋팅을 완료 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셋팅을 완료했을 때 갑자기 데이터 분석 직무의 개발자가 신입으로 입사했습니다.

신규 앱 런칭

신입 데이터 분석가로 입사한 개발자는 아직 대학 졸업도 안한 개발자였고 실제로 개발 자체에 대한 경험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심지어 국문학과에 부전공으로 데이터 분석을 했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 자체에 대한 기술적 역량이 없었지만 그래도 언어적인 이해가 높다 하여 결국 정부 과제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정부 과제에서 물러나고 나에게 다른 업무가 배정됐는데, 또 새로 들어온 인턴분과 함께 진행하게 됐습니다. 업무는 회사의 코어 기술을 활용할 신규 서비스에 대해 생각해 보고 생각해 본 서비스에 대해 시장조사부터 시작해서 UI설계까지 해 신규 앱을 런칭하는 것이었습니다.

간만에 학원에서 하던 팀 과제를 진행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인턴분과 브레인스토밍을 같이 하며 여러 후보군이 나왔고, 그 중 대표님이 선택한 몇 개의 아이디어들에 대해 시장조사를 시작했습니다.

후보군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1. 중고차 시장에서의 고객 관리 서비스
  2. 부동산 시장에서의 고객 관리 서비스
  3. 동네 마트의 고객 관리 서비스

시장조사

3개의 주제로 중고차 시장부터 부동산, 마트 등 여러 곳에서 하고자 하는 서비스를 직접 영업점에 가서 설명드리고 그 서비스가 있다면 사용하겠는지와 더 필요한 기능들에 대해 인터뷰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잘 안 받아줬지만 대학생인 척하고 과제 수행중이라고 하자 생각보다 흔쾌히 인터뷰에 임해줬습니다.

여러가지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본인들의 업무가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조금도 고객 관리를 자동화할 수 없을 거라고 업무를 설명해주지 않는 분들도 많았고 앱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주도적으로 쓰고 싶어하는 분들, 자식같다며 좋아하시는 분들 등등 시장조사에 대한 결론으로 당시 회사에서 운영중인 앱을 사용하던 고객 중 슈퍼마켓에서 사용하는 고객이 있었는데 그 분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걸로 결론이 났습니다.

이럴거면 시장조사는 왜 한 건가 싶었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했다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UI 설계

주제가 정해지고 와이어프레임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회사에 나오던 디자이너분이 있긴 했지만 그 분은 출근을 했다 안 했다 하는 대표님의 지인이어서 업무를 도와주지는 않아 스스로 해야 했습니다.

와이어프레임은 요구사항과 같이 간단하게 고객 목록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면 되는 것이라 어렵지 않았습니다. 많은 기능이 있지 않았으면 했고 간단한 일만 하게 될 컴퓨터에서 돌아갈 앱이니 UI 구성이 중요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기능만 있고 필요한 기능만 버튼도 큼직하게 사용하기 좋은 UI를 구성했습니다. 그 후 카카오 오븐에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완성했고 날을 잡아 전직원이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해 처음 보는 사람도 사용에 설명조차 필요 없는 형태라고 칭찬받으며 UI 설계가 마무리 됐습니다.

개발 및 런칭

개발에 익숙했던 react로 앱을 구성했습니다. 신규 프로젝트에 router, redux 등 기본 구성들로 레이아웃을 만들고 로그인, 회원가입 등 기본 페이지를 완성했습니다. 선임분은 백엔드 소스를 이 때까지도 보여주지 않고 있었어서 모두 더미데이터로 UI 설계된 대로 화면을 구현했습니다.

Api 문서도, 백엔드 소스도 보여주지 않고 있던 선임개발자는 시간이 촉박해지자 백엔드 소스를 보여줬고 그제서야 expressjs 공부해 백엔드를 이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추 개발이 완료될 쯤 커밋 사항들을 보고 있었는지 선임개발자가 그렇게 개발하면 사용할 수 없다며 나누어 개발하던 내 브랜치를 로컬과 리모트에서 맘대로 제거한 뒤 본인이 만든 내용으로 바꾸라고 통보했습니다.

설명도 없이 소스도 지우고 프론트엔드 구성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백엔드로 다시 고쳐야 하는 상황에 화가 났지만 웹 개발팀 직속 선임이고 IT 첫 회사에서 무경력 상태로 혹시나 짤리지 않을까 걱정되서 참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이를 악물고 수정해서 웹에서 정상 동작하는 것을 테스트 완료해 배포하려 하는데, 고객사에서 웹 싸이트가 아닌 데스크톱 앱으로 배포해 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데스크톱 앱은 뭐지? 처음 배운 것도 웹이고 지금까지 한 것도 웹이라 데스크톱 앱을 만들라니 깜깜했습니다.

그렇게 검색을 하다 보니 데스크톱 앱으로 개발을 다시 해야 하는지부터 언어를 c 계열로 바꿔야 한다는 둥 여러 의견들이 있었는데, 이미 개발 완료한 react 소스를 버리기 싫어 검색하던 중 ElectronJS를 찾아 냅니다.

electron을 이용하면 javascriptreact로 구성된 웹 페이지를 데스크톱 앱으로 감싸서 배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재개발의 위기에서 이것을 통해 기한을 맞춰 서비스를 런칭할 수 있었습니다.

이직 결심

IT 분야의 첫 회사였고 첫 인상도 좋았는데 이직을 하게 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선임 개발자

가장 큰 원인은 직속 선임이었던 선임 개발자였습니다. 선임 개발자는 음식에 진심인 사람이었고 다 같이 먹는 점심 식사에 본인이 먹고 싶은 메뉴로 꼭 먹어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식사 시간에는 본인의 정치 성향을 강조하며 이에 반하는 사람에게 폭언을 하거나 그런 사람들에 대해 뒷담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본인의 정치성향을 넘어 가치관들까지 강요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신입 때는 야근을 해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등의 말도 안되는 소리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판교에서 복싱을 배웠는데 아주 잘했다며 작은 키로 센 척을 많이 해댔는데 사람이 참 작아 보였습니다. 어린 나이가 아닌 40대인데도 불구하고 눈 앞에서 진심을 담아 쉐도우 복싱하며 위협하던 건 잊혀지지 않는 기억입니다.

본인과 담배를 피러 같이 가주지 않으면 삐지기도 하고 혼잣말로 욕설이나 폭언도 가끔 하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선임이었습니다. 위의 상황들은 군대도 갔다 왔으니 적당히 맞춰 줄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하지만 업무에 있어 내가 만든 소스를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삭제하거나 기한이 있는 업무에 협조하지 않고 개발 소스를 공유하지 않는 행동들은 같이 일하는 성인의 태도가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선임 개발자와 퇴사를 결정하기 전 같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했었는데 어차피 이 회사에 2명만 있으면 일이 돌아가고 어린 여직원채용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일을 가르쳐주지도 않았고 소스도 안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의문은 풀렸지만 노총각의 행동에 기분은 좋지 않았고 나가야 할 회사라는 생각이 더 확실해졌습니다.

대표님

대표님은 기독교에 신실하고 진심인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종교생활강요했습니다. 매주 주말에 교회를 갔다 왔는지 물었고 수요일 점심시간엔 직장인 예배에 데려갔고 멘토까지 이어주며 관심이 없음을 여러차례 돌려서 말했지만 종교에 나를 빠뜨렸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져 입사 전 약속됐던 점심 복지도 직원들을 위해 지불하는 4대 보험도 밀리는 상황에서도 직장인 예배에 교인들에게는 본인이 굳이 점심을 구매해 제공했습니다. (회사 인원은 5명, 교인들은 100명 가까이 됐습니다.)

대표님도 퇴사의 이유긴 했지만 그래도 결정하기 전 회사의 대표인 대표님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종교 강요는 그래도 참을 수 있으니까, 선임 개발자와 있었던 여러 일들과 부당한 행동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종교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음을 이야기 했고 본인도 사람 다루는데 있어 정말 힘들지만 해야 하는 일이라며 이상한 논리를 펼치기 시작했고 마치 내가 이 회사를 위한 순교자처럼 희생해야 할 것 같은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후로는 말을 섞지 않았습니다.

결말

결심이 굳어졌습니다. 이제 이직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데이터분석 직무를 줄 듯 말 듯 밀당하는 회사에 들어가지 않고 정확히 그 직무로 지원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빠른 이직을 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알아봤습니다. 그 중 하나를 찾았는데 이전부터 관심있는 도메인인 헬스케어 관련 스타트업이었습니다. 그래도 면접에서 첫 회사를 다니며 해 온 실무들 덕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면접 결과가 나왔고 인수인계 때문에 2주 뒤 출근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대표님에게 이야기했는데 대표님은 무경력에 취업시켜줬는데 배은망덕하다며 화를 냈고 온갖 충고를 보태 한참 이야기 했습니다.

사실 공장자동화 plc 엔지니어였기에 IT 분야에서는 무경력이었고 나이도 있는 나를 취업시켜줬던 것은 정말 감사했던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행동은 나한테 미안해 하셨으면 했지만 전혀 그럴 분이 아니었습니다.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충고들과 저주 섞인 말들을 들어주자 갑자기 나중에 힘들 때 연락하라며 급 따뜻한 마무리를 하셨습니다. 그렇게 인수인계 기간 2주를 가진 뒤 다음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