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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Job(첫 직장)

· 15 min read
Alex Han
Software Engineer

2014년 9월 첫 회사에 입사해 그 해 12월까지 겪었던 아직은 대학생이었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면접

이력서 작성도 면접도 모두 처음이던 그 시절, 한번 작성해 본 이력서가 쉽게 통과 됐고 생각보다 빨리 면접을 보게 됐습니다.

대학 시절 그나마 가장 흥미를 느꼈던 자동 제어 분야로 취업하고자 했는데, 자동 제어 분야 중 하나인 공장 자동화 분야로 취업을 하게 되어 설레는 마음이었습니다.

면접 날 질문은 자기소개 1분, 관련 경험, 지원동기 3가지였는데, 첫번째 자기소개에서는 성장 과정과 대학 시절 흥미를 느꼈던 자동 제어 수업에서의 프로젝트 경험을 이야기했고 대학 시절 영어 멘토 경험을 이야기 하며 실무에서 영어가 문제가 되지 않음을 어필했습니다.

관련 경험으로는 아버지가 사업을 하셔서 공장에서 가끔 일을 도운 적이 있어 공장이 친숙하다는 것과 면접 전 실무 수행 능력을 기르기 위해 PLC 툴을 미리 독학한 일을 말했습니다.

지원동기로는 대학시절 자동제어 수업 때 설계한 대로 하드웨어가 움직이는 것에 흥미를 느꼈었고 공장 자동화 분야에 꼭 취업해 보람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입사일

인생 첫 입사일, 밤잠을 설쳤지만 아주 일찍 일어났고 9시 출근이지만 8시에 회사에 도착해서 열정있는 신입인 것처럼 행동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9시가 다 되서야 멀리서 천천히 걸어와 문을 열어 주었고 배정되어 있는 책상에 눈치껏 앉았습니다.

직원들은 대부분 9시가 넘어 출근했고 나처럼 굳어 보이는데 한껏 꾸미고 출근한 잘생긴 사람이 있었는데, 대화를 나눠보니 동기였습니다. 둘 다 첫 회사, 첫 출근이었습니다. 동기는 한살 어린 동생이었고 말이 잘 통해 금방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선임들은 친절히 OT를 진행했고 간단한 회사 소개와 앞으로 진행될 교육에 대해 설명해 줬습니다.

교육

PLC의 정의,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회사에서 하게 될 일이 무엇인지 설명해 줬고 이후 실무에서 사용 중인 Simens사의 Step7, WinCC 툴을 셋팅하고 실제 교육용 하드웨어를 통해 제어해 보며 실무를 익혔습니다.

교육은 빠르게 끝났고, 이후 1주일 간 교육 내용을 반복 숙지하며 자기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교육을 해주던 선임은 교육 내용을 열심히 숙지하는 것을 보고는 다음 교육부터 신입 교육을 나에게 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교육 내용을 완전히 숙지했었기 때문에 실무 경험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직접 신입 교육을 하다 보니 더 자세히 알게 되면서 좋은 시너지가 있었습니다.

실무시작

첫 교육이 끝날 무렵, 회사에서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신입을 각각 배정했고 동기는 SK하이닉스로, 나는 현대제철배정됐습니다.

9 to 6 근무였는데 현대제철 출장이 매일 이어졌고 출장갈 때마다 아침 7시에 출발해 운전하고 공장애 도착해 업무를 하고 나면 저녁 6시가 됐고 집에 운전해서 돌아오면 저녁 8시가 넘어 집에 도착하는 극악의 운전 지옥에 빠졌습니다. 심지어 동기는 그 시기에 출장간 곳의 선임들과 합숙에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현장에 갈 때마다 공장 사무실 바닥을 뜯고 통신 케이블을 직접 찍어 설치하거나, PLC 설치된 데스크탑과 모니터, 렉을 들고와 설치하는 등 PLC 외적인 업무가 주 업무가 되어 갔고 처음 교육을 듣고 열심히 실습하던 PLC 소프트웨어 개발과는 멀어졌습니다.

한번씩 사무실에 오면 새로 들어온 신입들에 대한 교육을 했고 이 시간이 PLC 업무를 실질적으로 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습니다.

매일 지속되는 현대제철로의 출장야근, 특히나 겨울철에는 운전해서 갈 때 빙판에서 사고도 겪으면서 이게 맞는 건가 싶은 회의감이 점점 커져갔습니다.

이직결심

1달 2달 시간이 지나갔고 일이 익숙해져 가면서 현대제철 쪽 업무를 거의 마무리 하면서 동기가 있는 SK하이닉스 팀 쪽에 지원을 가게 됐습니다. 업무 시작 전 일찍 도착해 동기가 지낸다는 합숙소에 들르게 됐는데 동기의 생활은 제가 생활하던 것보다 더 말이 아니었습니다.

회사에서 오래된 아파트 중 1개의 방을 빌렸고 거기서 4명의 남자들이 합숙하는데 문을 열자마자 나오는 응축된 담배 찌든 향이 코를 찔렀습니다. 재빨리 선임들이 깨지 않게 필요 물품만 챙겨 나와서 업무를 위해 하이닉스로 출발했습니다.

하이닉스에 도착하니 밤샘 작업을 한 듯한 직원 2명이 있었는데 한번도 보지 못한 회사 직원이었습니다. 그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두 분은은 SI 업체에서 일을 굉장히 잘해서 이사님이 직접 스카웃한 분들이라고 했습니다. 두 분은 C언어 개발자였는데 PLC 관련 데이터를 다루는 업무를 맡고 있었고, 스카웃 조건 상 출퇴근이 자유롭고 워낙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연봉 테이블이 다른 직원들과 달랐습니다.

업무가 끝나고 숙소에 있던 선임들은 지원이 고맙다며 저녁을 먹자고 했고 저녁이 회식으로 이어지면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선임들은 회사 연봉 체계에 대해 불만이 굉장히 많았는데 당시 5년차도 3000을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10년 다 되가는 분들도 4000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앞서 만났던 두 분은 입사한지 얼마 안 됐는데도 연봉이 5000을 넘는다고 들었는데, 내 직종으로는 받을 수 없는 연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26살, 대학 졸업하기도 전이었기 때문에 현재의 적은 연봉에는 불만을 갖지 않았지만 면접 당시 실력에 비례해 급격히 오를 수 있다는 말과는 다르게, 5년 뒤, 10년 뒤 받게 될 연봉이 눈 앞에 보여 암담했습니다.

이대로 31살, 36살이 되면 열심히 출장다니며 선임들 비위 맞춰가며 맘에 들지 않는 연봉을 받으면서 온갖 잡일까지 해가며 견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이닉스에서 스카웃 된 선임들처럼 멋지게 회사를 다니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컴퓨터 공부의 필요성을 깨닫고 직종 변경을 결심하게 됩니다.

만류

직종 전환이나 이직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회사 사람들 모두 만류하기 시작했는데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1. 첫 직장은 정말 중요한 거니 쉽게 생각하지 마라.
  2. 다른 직장도 똑같다.
  3. 1년도 못 체우면 다른 회사에 취업이 어렵다.
  4. 철이 없다.
  5. 자기 인생에 무책임하다

1, 4번은 잘 이해 되지 않았고 5번에 대해서는 내 인생인데 나보다 더 치열하게 내 인생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2번에 대해서는 다른 좋은 직장들이 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고 3번은 불안했지만 혹시 짧은 이력이 문제라면 그 이력을 쓰지 말고 신입으로 지원하면 된다 생각했습니다.

퇴사 의지를 확실히 하자 대화를 나눈 적 없던 선임들까지 갑자기 찾아와 말을 걸어 왔고 인생 조언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퇴사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고 회사 비전을 이야기하며 남게 하려는 사람들, 왜 나가는지 이유를 남들에게 전하고 싶어 온 사람들도 있고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전반적으로는 여기서 나가는 것을 모두 나가고 싶지만 못 나가고 있는데 나가서 부러워 보이는 모습이었고 짧았던 회사 생활만큼 퇴사도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퇴사 이후

나름대로 첫 회사였기에 어린 나이에 심적으로 부담감이 컸습니다. 다음 취업은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 하고 싶던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를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직장은 어떤 직장인지 자문해 봤습니다.

  1.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직무 만족)
  2. 대기업 또는 외국계 회사(고연봉)
  3. 공기업(워라벨)

3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되는 회사에 가고 싶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일까를 고민해 봤고 고민 끝에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정리가 됐습니다.

  1.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1. 컴퓨터 언어 중 하나라도 익숙해지기 위한 공부
    2. 언어를 사용해 할 수 있는 개발 분야에 대한 조사
  2. 대기업 또는 외국계 회사
    1. OPIC IM2(토익 700 기준 대체용)
    2. 대기업 시험 준비
    3. 면접 스터디
  3. 공기업
    1. 전기기사 공부(3기사가 필요하기에 1기사부터 준비)

그렇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의 직종전환을 위해 python 공부를 시작했고 OPIC 학원을 2주 다니며 IM2를 취득해 전기기사 필기 시험을 통과해 실기 시험을 준비하는 등 바쁜 일상을 보내게 됩니다.